국제관계에는 현실주의와 자유주의, 2가지 오래된 시각이 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은 국제사회가 무정부 상태라는 것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다른 차이를 보입니다. 국제 사회의 레짐 형성 요인에 대한 시각에도 차이가 있는데요. 이번 글은 국제 환경 문제의 레짐 형성 요인을 이들 두 관점에서 바라 보았을 때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목차
현실주의 관점에서 본 국제 환경 레짐 형성
「Interest-based explanation of international environmental policy1」는 현실주의 관점에 따라 쓴 글 입니다. 다만 이 논문에서는 전통적인 현실주의처럼 국제 사회에서 협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협력의 가능성을 어느 정도는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 논문은 “무정부 상태에서 국제 환경 협력이 왜 발생하는가”에 초점을 두었고, “국가가 자국의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는 가정에 따라 서술하였습니다. 이 논문에서는 국가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다음 두 가지를 설정 하였습니다.
- 생태학적 치명성
- 오염감소 비용
국제 환경 문제에서 레짐 형성의 요인
가령 국가 A가 배기가스를 배출할 때 국가 B에 생태학적 피해나 다량의 오염감소 비용이 발생한다면, 국가 B는 국가 A에 다음과 같은 것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 배기가스 배출감소 요청
- 국제 환경 문제 레짐에 참여
국가 A와 B간에 좋은 외교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으나 현실에서는 쉽게 일어나기 힘든 결정입니다. 왜냐하면 국가 A가 국가 B를 위해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하거나 배기가스를 줄이기 위해 자국의 이익을 줄이는 행위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국가 B의 경우는 이미 형성되었거나 현재 진행 중인 관련된 레짐이 있다면 참여하고자 할 것입니다.
레짐이 형성되는 상황이라면 국가 A와 B가 아닌 다른 국가에서도 해당 레짐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데, 환경 문제는 한 지역에 국한된 문제도 있으나 전지구적으로 모든 국가에 손해가 될 수 있는 문제도 있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도 레짐에 참여하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것입니다.
레짐에서 요소에 따른 국가별 역할
레짐 안에서 각국의 역할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는 위에도 언급 했던 다음의 두 가지 입니다.
- 생태학적 치명성
- 오염감소 비용
즉, 그 문제로 자국이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었고, 문제 해결을 위해 얼마나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느냐에 따라 레짐 안에서 그들의 태도나 역할이 변화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요소들로 인해 정해지는 레짐 안에서 국가의 역할은 다음의 네 가지로 구분 됩니다.
| 구분 | 생태학적 치명성 | 지불해야하는 비용 |
| 추진국 | 높음 | 낮음 |
| 조정국 | 높음 | 높음 |
| 끌려 다니는 국가 | 적음 | 높음 |
| 방관국 | 적음 | 적음 |
국제 환경 문제 협력 사례
몬트리올 의정서에서 다뤘던 오존층 파괴 사례를 봤을 때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습니다.
- 생태학적 치명성 지표: 피부암 발병 정도(정확한 지표가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 추진국: 호주, 북미, 북유럽국가
- 조정국: 미국
- 끌려다니는 국가: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영국 등
처음 추진국들이 강력한 환경 규제를 원하고 전 세계에 이를 위해 동참할 것을 주장했으나, 생각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끌려다니는 국가의 경우는 피해가 적기 때문에 비용을 지불하는데 소극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사례에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 것은 기술 개발입니다. 미국은 끌려다니는 국가들이 비용을 지불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프레온 가스 대체재를 개발하였습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높은 비용을 지불해 기술 개발을 한 것이지만, 오존층 파괴라는 문제 해결을 위해 지불해야 할 전체적 비용으로 따져 보면 비용 감소 효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여러 국가가 미국의 설득에 동참했기 때문입니다.
헬싱키 의정서에서 다뤄진 월경성 장거리 대기오염 문제 사례에서는 다음과 같이 구분 됩니다.
- 추진국: 오스트리아, 벨기에, 체코슬로바키아, 덴마크, 서독(처음에 반대하였으나 1982년에 찬성으로 바뀜) 등 유럽국, 소련
- 조정국: 동독, 폴란드, 루마니아, 유고슬라비아
- 끌려다니는 국가: 그리스, 불가리아
- 방관국: 핀란드,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
독특하게도 영국의 경우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있었고, 그 때문에 추가적인 비용 지불에 부담을 느껴 반대를 하였습니다. 그 외의 추진국들은 30%클럽을 결정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 사례에서는 위의 사례와 달리 추진국만 활발히 활동했고, 나머지 세 그룹에 속하는 국가들은 그다지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않았습니다.
자유주의 관점에서 본 국제 환경 문제의 레짐 형성
「Do regimes matter? Epistemic communities and Mediterranean polluting control」은 자유주의 관점에서 쓰인 논문입니다. 이 논문에서는 현실주의처럼 국제 사회의 행위자를 국가로만 국한하지 않고 새로운 행위자를 등장시켜 이야기합니다. 이들이 주목한 행위자는 바로 해양 과학자들과 생태햑자들입니다. 그리고 이들이 일을 수행한 지중해 행동 계획에서 레짐의 효과를 주로 다룹니다.
지중해 행동 계획
지중해 행동 계획(Mediterranean Action Plan, 이하 MAP)이란 UN 환경계획(UN Environment Programme, 이하 UNEP)의 지역 해양 프로그램에 따른 지역 초의 지역 행동 계획으로 1975년에 설립된 지역 협력 플랫폼입니다. 이는 지역적 접근 방식을 통해 해양 환경 보호를 목표로 합니다. MAP은 바르셀로나 협약과 당사국 간의 의정서 협상 및 채택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MAP이 형성되기 이전 지중해 연안의 국가들은 한 나라의 해양 오염이 다른 국가에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해양 자원을 활용할 때 공평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여겼습니다. 이 때문에 그들은 지중해의 오염이 단일 국가의 문제가 아닌 전체의 문제로 간주하였습니다. 다만 환경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는데, 선진국에서 환경 문제에 직면하게 되면 이들은 환경 보호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중진국 정도 되는 국가들은 이런 규제를 산업화의 방해 정도로 여기게 됩니다. 레짐이 형성되기 매우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MAP이 세워졌고, 바르셀로나 협약을 끌어냈습니다. 그렇다면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이 무엇일까요?
국제 환경 문제에서 레짐을 형성하는데 기여한 새로운 행위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레짐을 형성할 때 UNEP는 해양학자들과 생태학자에게 이 일을 맡겼습니다. 그들은 각국의 정책 결정에 관여했고, 지속해서 오염을 제어하고 측정하는 책임을 맡았습니다. 그들의 활동은 정부의 결정에 점차 영향을 미쳤습니다. 결국 레짐 형성 시 각국의 의사결정은 국가가 하였지만 결국 이러한 결정을 하도록 영향을 준 것은 이들이기 때문에 레짐 형성의 새로운 행위자라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행위자들이 각국의 지지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의 지지가 큰 국가일수록 레짐 참여율이 높아지게 됩니다.
또한 새로운 행위자들의 활동은 각국의 환경부서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들은 환경부서를 이용하여 국가의 정책을 바꾸고 정부의 참여를 높이 든 지의 행동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들은 알제리나 이집트같이 레짐 참여를 거부하던 나라의 선호를 바꾸기도 하였습니다. 새로운 행위자들은 국내 부서와의 직접적인 연계뿐 아니라 간접적인 조언 등의 방법으로 국가의 정책을 변화시켰습니다.
두 시각에서 본 차이점
지금까지 국제 환경 문제에서 레짐 형성 요인을 현실주의와 자유주의 두 시각에서 살펴보았습니다. 현실주의와 자유주의 모두 레짐 형성이 가능하다고 여겼는데, 그 요인이 조금 다릅니다. 현실주의 시각에서 볼 때 레짐 형성 요인은 1. 생태학적 치명성 2. 오염감소 비용으로 보았으며, 자유주의 시각에서는 새로운 행위자의 활동이 주요 원인으로 보았습니다.
현실주의 시각의 경우는 행위의 주체를 국가로 설정하고, 이들 국가가 합리적 행위자로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합리적으로 행동한 결과 레짐이 형성되었다는 현실주의의 기본적인 관점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은 협력을 끌어낸 것 역시 합리적 행위의 결과라고 여겼습니다. 반면 자유주의 시각의 경우는 국가를 행위의 유일한 주체라 여기지 않습니다. 이들은 새로운 행위자들을 내세워 그들의 행동이 레짐 형성에 큰 요인이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자유주의에서는 국제 사회의 행동 주체를 국가만을 가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자유주의의 시각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각주
- Sprinz, D., & Vaahtoranta, T. (1994). The interest-based explanation of international environmental policy. International Organization, 48(1), 77-10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