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주의는 국제 사회는 항상 투쟁 상태라고 주장합니다. 이에 K.A. Oye는 무정부 상태의 국제관계에서도 협력이 가능하다고 말하며 반복 게임, 의사결정 구조, 참여자의 수, 3개의 쟁점을 통해 이를 설명하고자 하였습니다.
목차
무정부 상태의 국제사회
국제관계의 여러 관점 중 하나인 현실주의(Realism) 시각으로 볼 때, 국제사회는 무정부 상태로 가정합니다. 이 때문에 자유주의(Liberalism)나 마르크스주의(Marxism)과는 다르게 현실주의자들은 오로지 「힘의 논리」로만 움직인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들은 또한 다른 시각들과는 다르게 국제사회에서의 주체가 오직 국가뿐이며, 국가만 유일한 행위자로 인정하였습니다. 그들의 시각에 따르면, 오직 「힘의 논리」로만 움직이는 국제 사회에서 행위의 주체자인 국가는 자국의 생존에 모든 외교의 초점을 둔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생각 – 무정부 상태의 국제관계는 오직 「힘의 논리」로만 움직인다 –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협력은 어렵다고 보는 것이 현실주의의 오랜 생각이었습니다. 따라서, 국제사회에서 협상이 어렵기 때문에 국가는 항상 자국을 지키려 한다고 생각했고, 현실주의는 이런 국제사회가 항상 투쟁 상태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미국의 정치학자인 Kenneth Oye(이하Oye)는 「Explaining Cooperation under Anarchy1」를 통해 무정부 상태에서도 국가 간의 협력은 얼마든지 이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는 이 논문에서 무정부 상태에서 협력이 이루어지기 위해 중요한 세 가지 쟁점(반복 게임, 의사결정 구조, 참여자의 수)을 제시했습니다. 지금부터 Oye가 주장하는 무정부 상태에서 협력의 중요한 세 가지 쟁점에 관해 설명하고, 간단히 이에 대한 제 의견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무정부 상태에서 협력의 세 가지 쟁점
앞서 이야기했듯이, Oye는 무정부 상태인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세 가지 쟁점으로 반복게임, 의사결정 구조, 참여자의 수를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이 세 가지 쟁점을 설명하기에 앞서 다음의 세 가지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합니다.
- 의사결정 구조가 국제사회에서 협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 의사결정 구조는 협력의 가능성 및 강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 의사결정 구조의 변화가 협력에 대한 기대를 증가 시켜 국가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가
반복게임
Oye는 이 쟁점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대표적인 게임이론인 죄수의 딜레마, 사슴 사냥 게임2을 예로 들어 설명했습니다. 다음은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 대한 설명입니다. 사슴 사냥 게임도 비슷한 내용이기 때문에 죄수의 딜레마 게임으로 설명합니다.
죄수의 딜레마
1. 공범으로 의심되는 두 용의자를 각각 별도의 방에 불러내어 자백할 기회를 줌
2. 수사관은 각각에게 자신과 상대, 그리고 그들이 자백을 하거나 침묵을 할 때 일어나는 일에 대해 설명해 줌
a. 모두 침묵 - 징역 1년
b. 모두 자백 - 징역 3년
c. 한 명만 자백
1) 자백 - 석방
2) 침묵 - 10년 징역
3. 이 게임은 침묵한 자와 자백한 자가 동시에 발생했을 때 침묵한 자는 자백한 자에게 보복을 할 수 없음을 전제로 함
4. 이런 조건 속에 두 용의자는 서로 소통할 수 없음
현실주의자들은 국제사회의 주체인 국가를 합리적 행위자로 보기 때문에, 그들의 논리에 따르면 두 용의자는 합리적인 선택에 따라 모두 자백하게 됩니다. 침묵을 지켰을 경우 상대가 자백했을 때 자신이 받는 손해가 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Oye는 국제사회에서 발생하는 게임 중에는 국가가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런 결과가 나오는 원인으로 선택에 따라 발생하는 이익의 높낮이, 선택할 때 처해있는 상황, 국가의 성향 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게임이론은 단발성 게임이고, 게임의 주체가 모두 합리적인 행위자로 선택을 하기 때문에 게임의 주체는 협력을 선택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발생하는 게임은 단발성 게임이 아닌 반복 게임이 대부분입니다. 또한 국가의 선택도 의사결정자의 성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게임이론이 무조건 맞지 않는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때문에 그는 반복 게임이 진행되는 국제사회에서는 얼마든지 의사결정 구조가 변화3하며 협력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의사결정 구조
Oye는 국가의 의사결정 구조의 변화 요인으로 다음 두 가지를 말했습니다.
- 국제 레짐(regime)으로 정해진 원칙, 규범, 규칙
- 국가 간의 이해관계 혹은 예측 가능한 국제 레짐의 변화에서 도출할 수 있는 정보
그는 이런 요인 때문에 현실에서 국제사회의 협력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는 만약 위의 요인이 없다면 국제사회에서 반복적으로 게임을 하더라도 서로 합리적인 선택만을 하기 때문에 협력이 어렵기 때문에, 국제사회는 투쟁하는 상태로 유지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Oye는 현실에서는 실제로 위에서 언급한 요인을 완벽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항상 합리적인 선택만 하지 않을 것이고, 게임이 반복되다 보면 협력이라는 결정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반복 게임이 진행되면 죄수의 딜레마나 사슴 사냥 게임에서 협력이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게임이 반복되는 경우 게임의 주체는 단발성 게임처럼 단순히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없게 됩니다. 같은 게임이 미래에도 발생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현재 자신의 선택이 미래 결정에 영향을 줄 것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Oye가 주장하는바, 게임의 주제는 배신을 선택하는 경우 미래에 있을 다음 결정에서 상대가 협력을 선택하는 경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국가의 의사결정 구조에 변화가 발생할 것이며, 국가는 미래의 결정도 고민하여 현재의 선택에서 협력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여기서 전제는 주체들의 행동이 모두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지만, 현실의 국제사회에서는 국가의 선택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불투명성은 협력을 어렵게 만들 수 있는 요인이나, 이는 국제 레짐이나 협력을 선택했을 때 선택자에게 이익을 주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참여자의 수
지금까지는 일 대 일의 상황을 전제로 한 쟁점이었습니다. 현실의 국제사회에서는 국가 대 국가인 일 대 일의 상황뿐 아니라 다수의 국가 간에 발생하는 게임도 있습니다. Oye는 이런 다수의 국가가 참여하는 경우, 협력의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는 참여자가 늘어나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무임승차」 현상이 국가 간의 협력을 저해할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다음 세 가지 요인이 다수가 참여하는 게임의 협력 가능성에 영향을 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 협력이 다수의 참여자 모두에게 이익을 주어야 함
- 다수가 참여하는 경우 배반, 이해관계, 조정 등의 문제가 늘어나게 됨
- 배반을 선택하는 참여자에게 가할 수 있는 제재가 현저히 줄어들게 됨
이런 요인 때문에 Oye는 다수가 참여하는 게임에서는 협력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그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전략도 같이 제시하였습니다. 그가 말하는 전략은 위에서도 언급했던 국제 레짐입니다. 그는 국제 레짐을 만들게 되면 다음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 정보를 얻거나 거래를 하는데 발생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음
- 강제성이 있어 참여자의 배신에 제재를 가할 수 있음
- 협력 시 발생하는 비용을 늘려 참여자 수 자체를 제한할 수 있음
Oye는 국제 레짐의 기능으로 다수의 참여자가 있는 게임에서도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무정부 상태에서 협력에 대한 생각
지금까지 Oye가 주장하는 무정부 상태에서의 협력 가능성에 대한 내용을 요약해 보았습니다. 그는 기존 현실주의 시각에서 말하는 투쟁상태 때문에 협력이 어렵다는 주장과 달리 무정부 상태에서도 충분히 협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고려해야 할 세 가지 쟁점 – 반복 게임, 의사결정 구조, 참여자의 수 – 에 대해 설명을 하여 이 때문에 국제사회에서도 협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발생하는 사건의 대부분은 △단발성의 선택으로 일어나지 않는 다음 점 △이런 반복 게임 속에서 현재의 결정이 미래의 결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국가는 무조건 합리적인 선택(게임이론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선택에 따라 하는 배신)을 하지 않고 협력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변경할 수도 있다는 점 △ 마지막으로 국제 레짐을 통해 다수의 참여자가 발생하는 문제라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전략이 있다는 점을 들어 협력의 가능성을 이야기하였습니다.
Oye의 주장 중 가장 공감이 되는 것은 의사결정 구조에 관한 것입니다. 당연히 국가가 의사결정을 내릴 때 무조건 합리적인 선택만을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은 현재 발생하는 많은 국제 사건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가령 독재자의 비합리적 신념에 따른 의사 결정이나, 국가를 구성하는 구성원의 성향에 따라 이뤄지는 의사결정 같은 것은 현실주의자들이 이야기하는 합리적인 사고에 따른 선택이라고 볼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든 이론이 그러하지만 이론으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요인을 배제하고 단순화 시키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국제관계학에서의 이론은 사회학을 다루는 이론이기 때문에 정말 다양한 요인이 있으므로 이를 모두 고려한 이론을 만들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그의 이론은 여전히 새로운 요인이 추가되면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나 그런데도, 현실의 국제사회에서의 협력 가능성에 대해서는 훌륭하게 설명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각주
- Oye, Kenneth A. “Explaining Cooperation under Anarchy: Hypotheses and Strategies.” World Politics 38, no. 1 (1985): 1–24. ↩︎
- 두 사냥꾼이 하루동안 사냥을 하며 사냥 대상은 사슴 혹은 토끼
– 사슴은 혼자 잡을 수 없고 둘이 협력해야 함
– 토끼는 혼자 잡을 수 있음
– 죄수의 딜레마와는 다르게 혼자 토끼를 잡는다고 하여 본인이 얻는 이득이 적음
– 신뢰의 게임이라고도 함 ↩︎ - 반복적으로 게임을 수행하며 합리적인 선택에서 점차 상대에 대한 정보 및 신뢰 등을 고려한 선택으로 변화 ↩︎
